토종군인농부 2025. 6. 24. 05:47

조선 영조 35년 정성왕후가 세상을 뜬 지 3년이 되어 새로 왕후를 뽑고자 하였다.

온 나라에서 맵시있고 총명하고 지혜로운 처녀 20명이 뽑혀 간택시험을 치르게 되었다;
이 중에 서울 남산골(서산 태생) 김한구의 열다섯 살 난 딸도 있었다.

드디어 간택시험이 시작 되었다.
자리에 앉으라는 임금의 분부에 따라 처녀들은 자기 아버지의 이름이 적힌 방석을 찾아 앉았다.

그런데 김 씨 처녀만은 방석을 살짝 밀어놓고 그 옆에 살포시 앉는 것이었다.
임금이 이상하여 그 이유를 물었더니
"자식이 어찌 가친 존함이 쓰여 있는 방석을 깔고 앉을 수 있아오리까"라고 대답을 했다.

영조가 문제를 내기 시작했다.
이 세상에서 제일 깊은 것은 무엇인가?
동해바다 이옵니다.
서해바다 이옵니다.
남해바다 이옵니다." 하는데...

김 씨 처녀만은 '사람의 마음속이 제일 깊은 줄로 아옵니다.'

'어찌하여 그러는고? ''
아무리 바다가 깊다 해도 그 깊이를 잴 수가 있지만 사람의 마음은 그 무엇보다도 깊어 그 깊이를 잴 수가 없사옵니다.'

이어 다른 문제를 또 내었는데-,
'이 세상에서 무슨 꽃이 제일 좋은고? '

네, 복사꽃이옵니다.
모란꽃이옵니다.
양귀비 꽃이옵니다.

그런데 또 김 씨 처녀만은 '목화 꽃이 제일 좋은 줄로 아뢰옵니다.'

'그건 어이하여 그런 것인고?'
'다른 꽃들은 잠깐 피었을 때는 보기가 좋사오나 목화꽃은 나중에 솜과 천이 되어 많은 사람들을 따뜻하게 감싸주니 그 어찌 제일 좋은 꽃이라 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이어서 세 번째 질문을 하였다.
'이 세상에서 제일 높은 고개는 무슨 고개인고? '

묘향산 고개지요.
한라산 고개이옵니다.
우리 조선에서 백두산 고개가 제일 높지요.

이번에도 김 씨 처녀만은 또 이렇게 대답을 하였다.
'보리고개가 제일 높은 고개이옵니다. '

'보리 고개는 산의 고개도 아닌데 어이하여 제일 높다 하는고? '

'농사짓는 농부들은 보리 이삭이 여물기도 전에 묵은해 식량이 다 떨어지는 시기가 살기에 가장 어려운 때이 옵나이다.
고로 보리 고개는 세상에서 가장 넘기 어려운 고개라고 할 수 있지요. '

이에 영조는 매우 감탄하였다.
이리하여 김 씨 처녀는 그날 간택 시험에서 장원으로 뽑혀 왕후가 되었는데...
그가 바로 정순왕후이다.

이런 연유로 "보리 고개가 제일 높다"라는 속담이 나오게 되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