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농사 - 물주는 시기, 방법
물을 많이 주면 작물이 가뭄을 탄다는 말이 있습니다.
물을 자주 주면 물에 의해 뜬 작은 토양 입자들이 가라앉으면서 틈새를 메우게 되고, 물이 증발되면서 토양 속 작은 입자들을 함께 모세관을 통해 끌고 올라와 표토의 틈새를 메워 흙을 딱딱하게 만듭니다.
땅이 굳게 되어 산소가 토양 속으로 들어가지 못하면 토양에 아무리 많은 거름을 주어도 작물은 그것을 먹을 수가 없습니다. 미생물이 거름을 분해해서 작물에 주어야 하는데 산소가 없으니 그 일을 못하는 것입니다.
산 속의 숲에는 물을 주지 않아도 땅이 마르지 않는 것은 비가 오면 빗물이 땅에 스며들어 잘 마르지 않게 토양을 관리하기 때문입니다. 산속의 숲과 농경지를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지만 그 원리를 농경지에 맞게 조금만 조정하면 가능할 것입니다.
가뭄을 극복하는 방법
첫번째는 가뭄에 약한 작물은 심지 않거나 조금만 심는 것인데 대표적인 작물이 채소류들입니다.
채소류는 물을 좋아하기 때문에 가뭄에 약합니다. 우리나라는 가물 때는 아주 가물고 비가 오면 폭우성 장맛비가 오기 때문에 이러한 조건들을 채소류는 싫어합니다.
두 번째, 가뭄에 강한 작물로 곡식류를 심는 방법입니다. 가뭄에 제일 강한 것이 옥수수입니다.
곡식 중 좀 특이한 작물로 벼는 물을 좋아합니다만 옛날에는 밭벼로 많이 재배되었을 정도로 가뭄에 강했는데 요즘 벼들은 물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게 육종 되었습니다.
고구마도 가뭄에 강한데 모종 후 생육 초기에는 가뭄에 약하지만 자리만 잡으면 특별히 물을 주지 않아도 잘 자랍니다.
곡식류가 가뭄에 강한 것은 제일 왕성한 성장기에 한 여름의 장마 기간을 거치기 때문에 일부러 물을 주지 않아도 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세번째는 윤작과 혼작을 활용한 작부체계로 가뭄을 극복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혼작 방법 중에 콩 밑에 열무를 심는 방법이 있습니다.
열무는 뜨거워서도 안되고 폭우성 비에는 녹아내리기 때문에 콩 밑에 열무를 심으면 한 여름에 콩이 어느 정도 자라 그늘을 드리우고 폭우성 비도 피할 수 있어서 열무가 좋아하는 최적의 공간이 됩니다.
네 번째로 흙 자체를 가뭄에 강한 토양 구조 즉, 떼알의 흙을 만드는 방법입니다.
유기물의 함량이 많은 흙은 떼알의 흙이 저절로 만들어지는데 이러한 흙은 가물 때는 물을 가두어 두고 장마에는 물을 내뱉어 통기성을 높입니다.
유기물 함량이 많은 흙을 만들기 위해서는 풀 퇴비를 많이 넣고, 녹비작물을 재배하며, 가능하면 풀이나 낙엽, 왕겨를 이용하여 표토를 덮어주어야 합니다.
다섯 번째는 직파를 하는 방법입니다. 씨앗을 파종 시 물에 불리지 않고 파종 후에도 물을 주지 않습니다.
아무리 가물어도 흙 속에서 습기가 올라오는데 씨앗은 이 습기를 막기 위해 싹 보다는 뿌리를 먼저 내리고, 뿌리는 점점 무성해지고 깊게 파고듭니다.
절대로 뿌리가 감당하지 못한 정도로 줄기와 잎을 키우지 않기 때문에 가뭄에 강하게 자랄 수밖에 없습니다.
물을 주는 기본 원칙
그렇다고 물을 전혀 안 줄 수는 없는 것이 농사입니다. 물을 줄 때 알아야 할 최소한의 원칙이 있습니다.
작물이 물을 필요로 할 때는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 시기입니다.
마늘, 양파, 감자 같은 뿌리 작물은 열매를 키우는데 물을 더 필요로 하고 무와 당근, 그리고 배추, 양배추 등도 마찬가지 인데 이 시기에 봄 가뭄과 가을 가뭄이 옵니다.
열매가 굵어질 때는 칼슘이 꼭 필요한데 물이 부족하면 칼슘이 있어도 흡수를 못하게 됩니다.
가뭄이 심할 때는 물을 주어야겠지만 되도록이면 물을 주지 않고 키우는 방향으로 해야 작물도 건강하고 무기질과 섬유질이 풍부한 열매를 만들 수 있습니다.
물을 좋아하는 과채류들은 언제, 어떻게 , 어떤 물을 주어야 할까요?
작물이 자라는 하루 중에 물이 제일 필요한 시기는 언제 일까요?
작물(식물)이 광합성을 하여 영양분을 만들려면 햇빛과 물이 필수적입니다.
물이 필요한 시기는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땅속에서 물을 끌어올린 다음 햇빛 에너지를 이용해 탄수화물을 만드는 광합성을 할 때이므로 이른 아침에 물을 주는 것이 좋습니다.
이른 아침이 제한되면 밤에는 작물이 물을 사용하지 않으므로 땅에 스며든 물을 아침에 사용할 수 있도록 저녁 시간에 주는 것도 괜찮습니다.
물은 찬물을 바로 주면 급격한 온도 차로 작물이 타격을 입을 수 있으니 상온 상태의 물을 주여야 합니다.
찬물을 바로 주기보다는 큰 통이나 용기에 물을 받아 두었다가 상온상태가 된 다음에 물을 주는 게 좋습니다.
물을 주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작물 줄기 밑, 즉 뿌리 바로 위에 물을 한 방울씩 떨어뜨리는 점적법 입니다.
모종을 심을 때는 반드시 물을 주고 심어야 합니다. 모종 크기의 구덩이를 파고 물을 준 다음 물이 다 스며들고 나면 모종을 심고 새순이 돋을 때까지는 물을 주는 게 좋습니다.
노지에 직파할 때는 물을 주지 않는데 이때는 날씨를 잘 살펴야 합니다.
과채류는 물이 없으면 땅 속의 칼슘을 잘 흡수하지 못하기 때문에 열매가 열리고 비가 오면 열과 현상이 나타나게 됩니다.
과채류 작물들은 초기 생육 때 봄 가뭄이 올 때가 많은데 이에 대비를 잘해야 합니다.
물을 관개해 주든가 아니면 토양 관리를 잘해서 가뭄 피해를 최소화해야 합니다.
물을 줄때 한 가지 고려할 사항은 물만 주는 것이 아니라 오줌이나 액체비료(액비)를 섞어서 주는 것이 웃거름용으로도 좋고 물은 이온수가 되어서 흡수가 잘 됩니다. 오줌과 쌀뜨물을 1:1로 섞고 그것에 물을 5배로 섞어서 작물에 주면 됩니다.
토양이 마르지 않도록 관리하는 방법
첫 번째, 땅을 갈지 않으면 습기가 그대로 있기 때문에 땅을 갈지 않을수록 땅 속이 가물지 않습니다. 땅을 갈지 않고 호미질 정도만 해 주면 토양의 습기를 그대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완숙퇴비를 주어 토양 속 유기물 함유량을 높여주는 것입니다. 유기물은 물을 머금는 능력이 뛰어나고 토양의 건조를 막는 바리케이드 역할도 하면서 습이 충분한 토양을 만들어 줍니다.
세 번째, 표토를 볏짚, 갈대, 밀짚, 왕겨 등 강하고 질긴 생태재료들을 이용해 적극적으로 덮어주면 가뭄에 강합니다. 생태 재료 중 젖은 것은 피하고 되도록이면 섬유질이 풍부하고 마른 재료를 사용합니다.
네 번째는 겨울의 춥고 건조한 날씨는 토양을 마르게 하기 때문에 겨울의 토양관리가 중요합니다. 녹비 작물인 호밀, 헤어리베치와 보리, 양파, 마늘 같은 겨울 작물을 심어 겨울의 토양을 보호해 주어야 합니다. 마늘과 양파는 볏짚이나 왕겨를 덮어 보온을 유지하는데 이들도 토양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다섯 번째로 논의 경우는 볏짚과 함께 토양을 간 다음 물을 담아두는 것이 토양을 보호하는 효과를 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