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군인농부 2024. 2. 13. 20:16

 

흙을 살리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름을 공급해 주어야 하는데, 먼저 알아야 하는 것은 자연에는 거름이 저절로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흙을 살리면 친환경 유기농사와 생태농사는 자동으로 될 수 있다.

이러한 흙을 살리는 토종 농사에 대해 알아 보자.

왜 흙을 살려야 하는가?

흙을 살리는데 중요한 것 중에 하나가 바로 거름이다.

 

작물은 절대로 유기물인 거름 자체를 먹을 수가 없기 때문에 미생물이 거름을 먹고 무기물을 배설하고, 배설한 무기물을  작물이 먹을 수 있도록 해 준다.

 

미생물은 거름을 작물의 밥으로 만들 뿐 아니라 천연 항생제를 내뿜기도 하는데 미생물이 살아있는 흙에는 천연 항생제가 많기 때문에 농약이 필요 없어진다.

 

 

 

퇴비는 무조건 완숙 퇴비를 사용한다

미숙 퇴비는 발효 과정에서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에 뿌리가 흡수해야 할 에너지를 가져갈 뿐 아니라 발효 과정에서 발생하는 가스는 다양한 해충과 세균을 불러들인다.

보통 병원성 세균은 산성 상태에서 많이 발생하는데 제대로 발효가 안된 거름이나 퇴비는 산성 상태로 발효과정을 거치면서 알칼리로 변했다가 더 발효가 되면 중성에 가까워진다.

따라서 미숙 퇴비는 최소한 적게 사용해야 작물의 뿌리가 건강하게 자랄 수 있고 면역력도 강화시킬 수 있다.

완전히 발효된 퇴비는 좋은 미생물과 유익 미생물이 많아 증식도 잘 되고 좋은 흙을 만들어 준다.

 

건강한 퇴비 만들기

건강하고 돈이 들지 않는 퇴비를 만드는 것은 농가의 삶의 방식과 직결된다고 할 수 있다.

인간은 매일매일 먹고 마시고 배설하는 대소변을 통해 양질의 질소질 거름을 생산하고 있기 때문에 시골에서는 뒷간을 만들어 자신의 분뇨를 퇴비로 만들어 사용하면 좋다.

 

 

1. 오줌

오줌에는 화학비료에 없는 것이 2가지가 있는데 첫 번째가 식물생장촉진 호르몬인 옥신이 들어 있다.

이 옥신은 특히 뿌리 발육을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 

두 번째는 오줌을 투명한 용기에 담고 뚜껑을 닫은 상태로 2주일 정도 두면 아래 부분에 갈색의 침전물이 생기는데 이것이 유산균이다.

유산균은 대표적인 유익 미생물로 살모넬라 같은 병원성 세균을 제거하는데 탁월한 능력으로 잘 알려져 있다.

오줌 거름은 모으기도 쉽고 발효시키는 것도 매우 쉬운 재료로 공기를 싫어하므로 혐기 발효를 시키면 된다.

그냥 오줌을 받아서 공기가 통하지 않도록 뚜껑만 잘 닫아두면 된다.

오줌은 비가 오기 전에 뿌려주면 되는데 옥수수 같은 다비성 작물에게는 오줌의 역할이 매우 크다.

 

2. 똥

내 몸에서 배출되는 훌륭한 거름 중 또 다른 것이 바로 똥이다.

똥은 입에서 잘게 부서진 음식물이 배 속에서 따뜻하게 데워져 배출되는 것이기 때문에 부드럽고 발효도 잘 된다.

조리된 음식물의 소금기도 배 속에서 흡수되었기 때문에 염분도 줄어 음식물 보다 발효가 더 잘 되고 영양가도 뛰어나다.

똥을 발효시키려면 마른 재료인 톱밥이나 왕겨, 부엽토가 필수적인데 이는 수분을 조절하기 위함도 있지만, 탄소질 유기물을 제공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똥은 이러한 마른 재료들을 구해서 잘 버무리기만 하면 발효가 잘 일어나는 호기성 발효인데 오줌과는 정 반대의 발효이다.

이러한 호기성 발효는 마른 재료의 입자 사이의 공극에 있는 공기가 발효를 시키는 절차이다.

똥을 태워서 사용하는 방법도 있다.

왕겨 위에 똥을 누고, 왕겨와 뒤섞인 똥을 모아 두었다가 적당한 시기에 불로 태운다. 

불이 붙으면 왕겨의 공극이 열을 안으로 들여 며칠 동안 연기를 내면서 똥을 태우는데 일주일 뒤에는 재만 남게 되다.

이렇게 만들어진 재는 바로 퇴비로 사용할 수 있다

또 다른 방법은 똥을 혐기 발효를 시켜서 사용하는 것으로 이는 재래식 화장실에서 가능한 것이다.

재래식 화장실에 오줌과 똥이 모이면 똥이 적당히 멀건 죽 상태가 되도록 수시로 저어 주고, 물기가 모자라면 쌀뜨물이나 따로 모아둔 오줌을 붓기도 하고 수분이 과하면 재나 왕겨로 조정한다.

여름에는 보름에 한번 멀건 죽 상태의 똥물을 퍼다가 밀폐된 물탱크에 담아 놓고 봄과 가을에는 한 달에 한번, 겨울에는 그냥 두었다가 봄에 다시 휘젓는다.

물탱크 아래에 수고꼭지를 달아 놓고 익었을 때가 되면 양동이에 담아서 물과 섞어서 웃거름으로 사용한다.

 

3. 음식물 쓰레기

음식물 쓰레기는 염분이 있고 분쇄되지 않은 문제점은 있지만 그래도 훌륭한 거름 재료이다.

염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전처리 음식물을 별도로 발효시키면 해결 가능하다.

그리고 실제로 조리한 음식물의 염분은 3~4% 정도가 된다고 하는데 거름으로 사용하려면 최소 2% 이하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음식물 쓰레기에 톱밥이나 왕겨를 섞으면 염도는 절반 이하로 떨어지고 발효가 완료되면 염도 수치는 더 떨어지므로 염도 때문에 퇴비로 사용하지 못한다는 것은 선입견에 불과하다.

음식물 거름은 염류로 변질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하면 폐쇄된 하우스보다는 노지에서 사용하는 것이 좋다 

음식물 쓰레기에는 커피찌꺼기, 냄새나서 먹지 못하는 음식, 반찬, 김치, 국물, 밤 껍데기, 개똥 등을 뒤섞어 적당한 수분(50~60%)에 맞춰서 발효하면 된다.

수분의 측정은 잘 섞인 재료를 한 주먹 쥐었다가 폈을 때 물기는 없지만 흐트러지지 않는 정도면 된다.

1차 발효된 것은 흙과 섞어 두면 발효 속도는 더 빨라지고 맥주나 막걸리 등 먹다 남은 술, 음료, 쌀뜨물 등은 바로 밭에 뿌리거나 통에 모아 둔다.

다른 방법은 큰 통을 이용하는 방법인데, 뚜껑이 있는 100리터 이상의 큰 고무통을 준비한다.

바닥에는 연필 두께 만한 구멍을 여러 개 뚫어서 침출수의 배출과 공기가 통할 수 있도록 만들고 음식물을 버릴 때마다 음식물 한 삽에 톱밥이나 왕겨 부삽을 넣어 음식물과 잘 섞어 두기만 하면 된다.

 

4. 깻묵 

들깨나 참깨로 기름을 짜고 나오는 깻묵도 좋은 거름 재료가 된다.

가장 쉬운 방법은 깻묵을 물에 담가서 발효시켜서 액체비료(액비)로 사용하는 것이다.

구더기 발생을 방지하기 위해 깻묵을 마대자루에 넣고 5배의 물에 담궈 두면 발효가 이루어진다.

깻묵에 쌀겨를 섞으면 발효가 더 잘되고 양분도 풍부해지는 데 사용할 때는 5배의 물과 섞어서 웃거름으로 사용하면 좋다.

 

5. 커피찌꺼기

커피찌꺼기는 탄질률이 20대 1인 재료로 그대로 두어도 발효가 잘되는 재료이다.

커피숍에서 나온 것은 수분 상태가 적당하니 구해서 그 상태로 용기에 담아 두면 발효가 되는데 담기 전에 손으로 뒤적거려 최대한 공극을 확보해 주어야 한다.

보름이나 3주가 지나면 발효가 어느 정도 되어 부피가 70%로 줄어들게 되는데 이때 한 번 더 뒤적거려 주고, 이를 두세 번 해 주면 발효가 된다.

커피찌꺼기 발효 시 공극을 확보하는 또다른 방법은 거친 톱밥을 섞어주면 통기성이 좋아 호기발효는 잘 되지만 탄질율은 높아지고 수분은 떨어지는 문제점이 있다.

이때 질소질 재료인 오줌을 보충해 주면 탄질율 문제와 수분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고 양질의 퇴비를 얻을 수 있다.

 

 

6. 한약찌꺼기

탄질률과 수분이 적당한 한약찌꺼기도 아주 훌륭한 거름 재료이다.

발효시 공극의 문제는 톱밥을 보충하면 좋다.

 

7. 쌀겨

인산질이 많은 쌀겨는 현미를 깎은 속껍질로 먹거리가 귀했던 시절에는 식량 대용으로 먹기도 했고, 가축사료로도 매우 훌륭한 먹거리였다.

쌀겨는 당분이 많아 발효도 잘 되고, 다른 거름 재료의 발효촉진제로도 사용한다.

쌀겨를 깻묵과 섞어 고농축 질소, 인산질 비료로 만들어 쓰기도 하는데 쌀겨와 깻묵을 1:1로 섞고 여기에 숯가루나 왕겨훈탄 또는 왕겨를 0.5~1%를 섞어주고 수분은 30%를 공급해 잘 섞으면 발효가 매우 빠르게 된다.

풀썩 주저앉으면 뒤집기를 하는데 이를 반복해 주며 두 달이면 충분히 발효가 되고 쌀겨거름은 웃거름으로 사용한다.

 

8. 달걀껍데기

칼슘거름이라고 알려진 달걀껍데기는 대충 말려서 손으로 거칠게 부순 다음 현미식초에 자작하게 담가 둔다.

보름 정도 지나면 냄새가 아주 고약하게 나면서 익는데 물과 300~500배로 희석해서 엽면시비를 하면 효과가 높다.

 

9. 재

나무를 태우면 발생하는 재는 즉각적인 효력이 발생하는 퇴비이다.

재를 풀 멀칭 위에 뿌리거나 음식물 쓰레기와 함께 사용하기도 하며, 물과 함께 액비로 사용하기도 한다.

 

10. 기타

이 외에도 가을철에 많이 나오는 낙엽이나 나무 전정 후 나오는 나뭇가지 등 주변에서 많은 퇴비 재료가 있다.

이들을 잘 활용하여 직접 만들어 사용하는 건강한 퇴비를 만들어 사용하는 돈이 적게 들어가는 농사가 토종농사다.

 

 

농사에 사용되는 퇴비는 내 생활과 밭에서 나오는 잔재물을 순환시켜서 만들어야 한다.

퇴비의 사용은 동선에 따라서 결정이 되고, 작물과 토양에 따라 결정이 되기 때문에 뒷간과 퇴비장과 가까운 곳에는 퇴비가 필요한 작물을 심고, 뒷간과 퇴비장과 거리가 멀수록 퇴비가 덜 필요하거나 아예 안 쓰도 되는 작물, 나무, 약초를 심는다.

나와 자연을 알면 농사도 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