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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양식(좋은 글)/친구가 보내준 좋은 글

그 근원을 막아라

by 토종군인농부 2024. 11. 1.

글만 읽는 한 선비에게 어느날 어린 아들이 달려와 말했다.

 

"아버지! 우리 논에 물이 자꾸 새고 있습니다."

 

글만 읽던 선비가 논에 나갔더니,

논둑에 작은 구멍이 뚫려서 물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선비는 흙을 가지고 물이 흘러나오는 바깥 쪽을 막았다.

그런데 아무리 바깥쪽을 열심히 막아도
계속 물이 새어 나오는 것이었다.

 

큰일 났다 싶었던 선비는 급히 집으로 가서 머슴에게 말하였다.

"여보게, 논둑에 구멍이 났는데 내가 아무리 흙으로 막아도 물이 계속 새어 나오니 일꾼 몇 명이 있어야 할 것 같네."

 

아침나절에 본 논둑이 완전히 무너졌을 까닭이 없다고 생각한 머슴은

"우선 저와 함께 가 보시지요."

논에 부터 다시 가보자고 하였고,

가서 보니 물이 겨우 졸졸 새는 것을 가지고 야단을 한 것이었다.

 

"아까는 어떻게 구멍을 막았습니까?"

"논둑 바깥쪽을 막았는데,

아무리 막고 또 막아도 새어 나오더구나"

 

머슴이 흙 한 삽을 떠서 안쪽으로 막자 새던 물이 금방 멈추었다.

머슴은 신기해하는 선비에게 청하였다.

 

"지금 이 상황도 글로 지으실 수 있습니까?"

 

선비는 말했다.

"방기원(防基源)"


방기원은 그 근원을 막아라 는 뜻이다.

우리의 삶을 가장 불행하게 만드는 것은 근심걱정이다.

그럼 근심걱정이 일어나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 근원을 막아야 한다.

 

과연 근심걱정이란 무엇인가?

나의 근본 마음이 아닌 번뇌망상이다.

이기심과 불안감에서 비롯된 망상인 것이다.

그러므로 근심걱정이 일어나면 아, 망상이 일어났구나! 하고 깨달아서
곧바로 그 생각들을 잘라 버려야 한다.

 

번뇌야, 왜 일어나서 나를 괴롭히느냐? 고 하면서 그 번뇌를 벗어 버려야 한다.

그리고 지금의 현실에 대해 진실되고 바른 생각으로 임해야 한다.

반대로 근심걱정을 방치해서 계속 끌려다니고,

번뇌망상을 따라다니며 살게 되면, 마음의 평안은 고사하고
불안과 불행한 삶이 눈 앞에 펼쳐지고 마는 것이다.

그러므로 잘 살려면

무엇보다 먼저
근원을 막을 줄 아아야 한다.



사바를 무대 삼아
            멋있게 살아라 본문중에서

        (경봉스님의 생활도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