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양동물
무농약으로 재배를 하다 보면 병충해 탓에 재배 의욕을 잃는 경우가 흔합니다.
안전한 채소를 재배하기 위해 농약을 쓰지 않으면 벌레가 몰려들어 채소를 먹어 치웁니다.
그렇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습니다.
벌레가 꼬이는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그 이유를 제대로 이해하면 벌레 먹는 일을 줄일 수 있습니다.
벌레는 자신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직접 가르쳐 줍니다.
그러므로 무비료 무농약 재배에서는 벌레를 관찰하는 일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중에는 채소와 공생하는 벌레도 있고, 채소에 피해를 입히는 벌레도 있습니다.
인간은 이들을 '익충과 해충'으로 구분을 하지만, 벌레 입장에서는 어이가 없을 겁니다.
익충이든 해충이든 자신들은 그저 생명 활동을 하고 있을 뿐이니 말입니다.
하지만 인간 입장에서 늘리고 싶은 벌레와 줄이고 싶은 벌레는 분명 존재합니다.
우선 작물과 공생하는 벌레로는 지렁이, 진딧물, 딱정벌레류, 벌류, 거미류, 나비류 등이 있습니다.
진딧물이나 딱정벌레, 나비는 채소를 먹어 치워 골칫덩이 일 때도 있지만, 실제로는 채소에 꼭 필요한 존재들입니다.
지렁이는 널리 알려져 있다시피 낙엽 같은 유기물을 분해한 뒤 배설해 토양을 입단화합니다.
거세미나방의 애벌레인 거세미도 이와 같은 역할을 하지만 지렁이 보다 식욕이 왕성해 작물의 뿌리를 해칠 수 있습니다.
진딧물은 순 지르기(초목의 곁순을 잘라내는 것)와 솎아내기에 도움을 줍니다.
딱정벌레류는 작은 벌레를 잡아먹으로며, 꽃가루를 옮겨 수분을 도와줍니다.
벌류 또한 꽃가루를 옮기는 것은 물론 해충의 개체수를 줄이는 역할을 합니다.
거미류도 작은 벌레를 잡아먹어 작물이 입을 피해를 막아줍니다.
나비는 인산을 비롯해 식물 성장에 필요한 영양을 공급합니다.
채소에 피해를 입히는 대표적인 벌레로 풍뎅이나 나비 및 나방의 애벌레가 있습니다.
이러한 것들은 보일 때마다 떼어내기는 하지만,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기도 하므로 무조건 없애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특히 굴파리나 이십팔점박이 무당벌레는 피해를 상당히 크게 입힐 수 있는 벌레지만 한편으로는 작물 성장에 반드시 필요한 존재이기도 합니다.
물론 영향을 덜 받도록 개체 수를 줄여야 하는 벌레도 있습니다.
벌레들의 관계
곤충의 생태계에도 먹이사슬이 존재합니다.
사슴이나 멧돼지가 밭에 피해를 입히는 일이 늘어난 것도 동물 생태계에서 이리가 멸종하고 인간이 그 자리를 대신한 후 사슴이나 멧돼지를 포획하지 않게 된 것이 원인입니다.
이처럼 작물이 심한 병충해를 입는 원인도 대개 곤충의 먹이사슬이 무너졌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개미는 진딧물을 이용해 당을 모읍니다.
즉 진딧물이 많은 곳에는 개미도 많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대로 개미는 노린재를 무서워하므로 개미가 많다면 노린재가 적을 것입니다.
따라서 노린재를 전부 퇴치하면 개미가 늘어나고 진딧물을 먹이로 삼는 무당벌레나 등애가 점차 줄어들어 진딧물은 계속 늘어나기만 합니다.
노린재는 기생벌을 무서워하므로 기생벌이 줄어들면 노린재가 늘어나게 됩니다.
기생벌은 애벌레의 배 속에 알을 낳아 기르는 무서운 벌인데, 이러한 기생벌의 수를 늘리는 것이 거세미입니다.
거세미를 퇴치하면 기생벌이 줄어들어 결과적으로 노린재를 비롯한 다른 벌레가 늘어나는 것입니다.
이 밖에도 거염벌레(밤나방의 애벌레)나 배추좀나방 등이 잎채소를 먹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는 중베짱이와 거미가 없어졌기 때문입니다.
거미가 있으면 나비와 나방이 붙잡히거나 겁을 먹고 오지 않으며, 중베짱이는 거염벌레를 잡아먹어 개체 수가 줄어듭니다.
그러나 중베짱이가 너무 늘어나도 곤란합니다.
중베짱이가 늘어나는 것은 벌레를 잡아먹는 개구리나 사마귀 또는 새가 없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밭 옆에 시냇물을 흐르게 해 개구리 수를 늘리거나 새가 모여들도록 먹이를 놓아 끊어진 먹이사슬을 다시 이어놓아야 합니다.
작물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 개구리 같은 생물이 늘어나면 벌레의 수가 조절되어 결과적으로 작물도 병충해를 입는 일이 줄어들게 됩니다.
새가 찾아오기만 해도 나비 애벌레가 줄어드는 현상이 벌어지고, 귀뚜라미나 중베짱이가 줄어듭니다.
즉, 벌레를 완전히 퇴치하려고 애쓰기보다는 밭에 사는 벌레와 공존하겠다는 생각으로 개체 수를 조절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고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진딧물의 역할
채소를 재배해 본 사람은 대부분 진딧물에 피해를 입은 적이 있을 것입니다.
진딧물이 무엇을 좋아하며 무엇 때문에 식물에 모여드는지 조사해 보니, 진딧물의 목적은 식물이 지닌 아미노산을 섭취하기 위한 것이라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아미노산은 새싹이 나는 부분에 많이 있으므로 진딧물은 다름 아닌 식물의 생장점을 먹어 치우는 것입니다.
하지만 진딧물 입장에서 식물은 중요한 영양원이므로 없어져서는 안 됩니다.
그런데도 진딧물이 생장점을 먹어 치워 식물의 성장을 멈추게 하는 데는 뭔가 특별한 이유가 있을 거라고 추측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소송채에 진딧물이 꼬인 이랑 중에서 한쪽만 진딧물을 몰아내고 다른 한쪽은 진딧물을 몰아내지 않은 채로 관찰을 했습니다.
그 결과, 신기하게도 진딧물을 몰아낸 이랑은 소송채가 전멸해 버리고, 몰아내지 않은 이랑은 소송채가 살아남는 기묘한 현상이 일어났습니다.
자세히 보니 진딧물이 꼬인 포기와 그에 이웃한 포기에는 상처가 하나도 없어 보였습니다.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식물은 벌레에 먹히면 '주위에 그 사실을 알리는 힘이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식물에 사는 미생물인 식물내생생물은 이와 같은 작용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결국 진딧물을 몰아내지 않은 이랑에는 상처가 하나도 나지 않은 소송채가 띄엄띄엄 남는데, 이러한 사실에서 '진딧물이 줄기를 솎아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추측도 해볼 수 있습니다.
어쩌면 채소를 재배하는 진정한 존재는 인간이 아니라 진딧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진딧물을 제거해 버린 포기는 벌레에 먹혔다는 사실을 주위에 전달하지 못해 살아남은 진딧물 몇 마리가 날개 달린 진딧물을 낳고, 날개 달린 진딧물이 진딧물에 대비하지 못한 이웃 포기로 옮겨 가서 소송채가 전멸하는 사태가 일어난 것입니다.
결국 진딧물은 채소를 솎아내는 역할을 하고 있으며, 인간이 진딧물에 맞춰 적절한 시기에 채소를 솎아내면 된다는 결론에 이릅니다.
솎아내기는 매우 중요한 관리법입니다.
절대 불쌍하다거나 아깝다는 생각을 하지 말고 이웃한 포기의 뿌리가 서로 얽히기 전에 솎아내야 충해를 줄일 수 있습니다.
겨울 채소를 너무 서둘러 밭에 옮겨 심어도 진딧물이 꼬입니다.
아마 지나치게 빠른 성장을 멈추기 위해 진딧물이 일단 생장점을 먹어버리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런 현상도 진딧물이 채소를 재배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마치 이를 증명하듯이 적절한 때가 되면 채소가 자랍니다.
물론 진딧물이 활동하는 시기와도 관련이 있겠지만, 이러한 습성을 알아두면 대처 방법을 구상할 수 있습니다.
이 밖에도 누에콩(잠두)에 진딧물이 많이 꼬입니다.
이는 진딧물이 누에콩의 생장점을 먹어 작물의 성장 형태를 키가 자라는 '영양 성장'에서 씨를 맺는 '생식 성장'으로 전환시키려는 것으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누에콩은 씨를 먹는 작물이므로 영양성장만 하고 있으면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콩이 열리지 않아 수확을 할 수가 없습니다.
결국 진딧물은 작물을 재배하는 인간에게 도움을 주는 훌륭한 조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단, 진딧물의 이러한 보조가 지나치지 않도록 관리할 필요는 있습니다.
'적절한 타이밍에 솎아내기를 하거나 필요 없는 잎을 떨어뜨린다.'
'모종을 밭에 심는 시기를 지킨다'.
'모종을 밭에 빨리 심어야 하는 경우에는 진딧물이 생장점을 먹으러 모여드니 해충 방지망을 덮어 진딧물의 접근을 막는 동시에 빛을 어느 정도 차단해 광합성 속도를 늦춘다.'라는 식으로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콩과 식물은 진딧물이 오면 생장점을 잘라내는 순 지르기를 해서 진딧물이 해야 할 일을 먼저 처리해 진딧물이 할 일을 없애는 식으로 대처합니다.
물론 진딧물이 잔뜩 모였을 경우에는 물을 뿌리거나 일일이 떼어내는 등 개체 수를 줄이는 대처도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진딧물을 잡아먹는 벌레가 없기 때문에 이를 대신해줘야 하는 것입니다.
진딧물이 꼬이는 데는 반드시 이유가 있으므로 그 이유를 추측해 보고 진딧물이 할 일을 미리 해버리는 것이 좋습니다.
텃밭에서 진딧물의 발생은 4월 하순경 작물을 심으면서부터 김장배추 수확까지 발생을 합니다.
번식은 새끼를 낳으며 기하급수적으로 번식하는 특성이 있습니다.
피해증상은 잎이 오그라지며, 아래 잎에는 배설물이 번질번질하게 있고 끈적거립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을음 곰팡이가 생겨 생육에 지장을 초래합니다.
발생한 부위에는 탈피한 흰색의 껍질들이 무수히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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