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을 살리는 혼작과 윤작(1)

자연에서는 봄부터 가을까지 여러 가지 풀과 나무가 서로 어울려 자랍니다.

벼과, 콩과, 십자화과, 국화과, 백합과, 미나리과와 같은 순서로 일 년에도 여러 가지로 변화하며 시시때때로 병에 걸리기도 하고 충해를 입기도 하지만, 대대로 이어지며 저절로 자라며 자연은 스스로 어울려 살아갑니다.

하지만 사람이 농사를 짓기 시작하면서 차츰 사람의 편의에 따라 몇 가지 품목만 선택되어 농지에서 이어짓기를 하게 되었고 그러다 보니 특정 식물에만 있는 병이나 벌레가 발생해 병해충의 피해를 입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걸 해결하려고 농약에 의존하는 경향이 더 심해지고, 그럴수록 병충해는 더욱 기승을 부리게 되는 악순환의 고리가 시작되는 것입니다.

우리 조상들은 옛부터 여러 가지 작물을 섞어 심고, 그 다음해에는 그 자리에 다른 작물을 심는 돌려짓기를 했었습니다.

섞어짓기(혼작)는 같은 공간에서 같은 기간에 서로 다른 작물을 재배하는 것을 말하며

돌려짓기(윤작)는 같은 공간에서 다른 기간에 다른 작물을 재배하는 것을 말합니다.

섞어짓기를 하면 하나의 작물을 대량으로 심어 생기는 병충해의 대량 발생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서로 다른 작물을 섞어 심거나 돌려 심으면 한 종류의 해충이 창궐하지 않고, 각 작물들을 좋아하는 다양한 병해충이 발생하게 됩니다.

서로 다른 병해충들이 경쟁을 하기 때문에 한 종류의 병해충이 대량으로 발생하는 것을 예방할 수 있으며 자연스럽게 먹이사슬이 만들어 집니다.

또한 다양한 작물들이 내뿜는 피톤치드로 병해충을 방어하기도 합니다.

돌려짓기를 하는 이유는 같은 자리에 동일 작물을 심게되면 발생하는 연작피해를 피할 수 있습니다.

한 작물을 같은 땅에 연작을 하면 작물의 뿌리도 같고, 분비물의 종류도 같아서 토양은 산성화 되고 토양 내 염들과 결합하여 염류집적이 발생하게 됩니다.

게다가 한 종류만 심으니 특정 양분만 흡수하게 되고 미량요소들의 결핍으로 땅이 금방 망가지게 됩니다.

그러나 윤작과 혼작을 하면 다양한 뿌리가 땅속으로 파고 들어가 땅의 깊이를 서로 다르게 갈아주고, 작물이 다양한 만큼 뿌리에 다양한 양분이 축적되고 그것을 먹이로 하는 미생물 또한 다양해 집니다.

작물이 다양하면 토양 내 미량요소의 불균형과 결핍도 예방이 되어 토양의 물리적, 화학적, 생물학적 구조가 다양해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혼작과 윤작은 일단 땅의 유기물을 뽑아내는 작물을 덜 심고 땅을 부드럽게 만드는 콩같은 작물을 많이 심으면 토양이 딱딱해지는 현상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또한 혼작과 윤작은 자연스럽게 기피식물이 주는 효과를 낼 수 있고 천적을 불러들이는 숙주 효과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혼작과 윤작이 좋은 것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여러 작물을 동시에 심으니 기계나 소가 들어가서 작업을 하는데는 많은 제한이 따릅니다.

그리고 상업 농사는 단작을 해야 효율이 높고 기계농사가 가능해 다수확을 할 수 있지만 혼작과 윤작 농사는 효율이 떨어지고 기계농사도 어렵습니다.

농사짓다보면 이어짓기를 해도 되는 작물이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습니다.

또한 서로 다른 종이지만 돌려짓기하면 안 되는 것들도 있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가지과의 토마토와 감자는 이어짓기를 하면 역병이나 풋마름병에 걸리기 쉽고, 같은 과의 오이, 수박 등은 덩굴쪼갬병이나 덩굴마름병에, 십자화과의 양배추와 배추는 노균병이나 무름병, 배추흰나비 애벌레와 도둑나방 등의 피해를 입게 됩니다.

그래서 감자와 토마토, 가지, 완두 등은 4년 이상, 배추와 양배추, 양파, 오이는 3년, 무와 순무는 2년 이상 간격을 두고 재배해야 합니다.

이에 반해 이어짓기를 해도 좋은 것은 시금치, 쑥갓, 참깨 등이 있지만 돌려짓기할 때보다는 생산량이 좋지 않다고 합니다.

작물도 상대성이 있어서 돌려짓기나 사이짓기를 하면 서로 보완하는 작용을 하는 것들이 있고, 함께 재배하면 잘 자라지 않는 것도 있기 때문에 이러한 특성을 잘 이용하여 작부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작물궁합

다음에는 병해충을 막아주는 사이짓기 작물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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