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료 재배는 초생재배를 권하지만, 온갖 잡초들을 모두 남겨두라는 뜻은 아닙니다.
작물 재배에 방해가 되는 풀은 줄이고, 작물에게 도움이 되는 풀은 남기는 방식으로 잡초를 통제하고 관리해야 합니다.
하지만 어떤 풀이 작물에 방해가 되고, 어떤 풀이 도움을 주는지는 경험이 쌓여야만 알 수 있습니다.
또한, 어떤 풀이 작물에게 무조건 방해가 되거나 무조건 도움만 주는 것도 아니므로 자신의 밭에서 직접 검증을 해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뽑아야 할 풀
일반적으로 작물 성장을 저해하는 풀로는 볏과 식물처럼 잔뿌리(모세근)가 땅 위를 덮는 풀이나 땅 속에서 줄기가 작물을 휘감는 풀, 키가 너무 커서 작물의 광합성을 방해하는 풀 등을 들 수 있습니다.
작물에 도움이 되는 풀은 지표면을 보호하고, 벌레가 꼬이지 않게 하며, 작물의 성장을 돕고, 영양을 공급해 줍니다.
예를 들어 볏과 식물인 띠는 뿌리가 깊고 잔뿌리가 땅 위를 덮어 지표면의 수분을 가로챕니다.
키우는 작물 중에도 잔뿌리가 땅 위를 덮어 방해가 되는 것들이 있습니다.
거지덩굴이나 환삼덩굴, 칡 같은 덩굴 식물은 작물에 얽혀 작물을 쓰러뜨리거나 작물의 광합성을 방해합니다.
조릿대나 양미역취 등은 상호대립억제 작용을 하는 식물로, 다른 식물의 성장을 저해하는 화학물질을 방출해 작물 재배를 방해합니다.
그 밖에도 큰 망초나 명아주, 흰명아주처럼 키가 매우 큰 풀은 광합성을 방해하므로 키가 커지기 전에 뽑아내야 합니다.
파대가리나 향부자는 땅 속 줄기 끝에 알뿌리(구근)가 달려 있어 번식력이 강하고 순식간에 작물을 몰아냅니다.
그렇지만 키가 큰 풀은 토양을 부드럽게 하며, 땅속줄기가 있는 풀은 밭을 갈아주므로 적절하게 활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땅속 줄기가 달린 식물이 넓은 범위에 퍼져 있을 경우에는 완전히 없애기도 어려우므로 작물과 얽힐만한 부분을 제거하기만 해도 괜찮습니다.
전부 없애버리고 싶다면 방초시트를 덮어 광합성을 방해하면 됩니다.
이렇게 하면 풀을 뿌리째 없앨 수 있지만 그동안은 밭을 쓸 수 없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이랑 위를 잡초가 아닌 식용 작물로 덮어 잡초의 수를 줄이거나, 토양을 약알칼리성에 가깝게 만들어 잡초가 자라기 힘들게 하는 것입니다.
뽑지 말아야 할 풀
사실 작물 성장에 늘 도움이 되는 풀은 없습니다.
지나치게 번식하면 작물이 밀려나 버립니다.
잡초는 땅에 끊임없이 씨를 뿌리는 가장 강력한 재래종이기 때문입니다.
거기에 타지나 해외에서 들여온 채소를 심어 봤자 이길 턱이 없습니다.
그러므로 비료 없이 재배할 때는 작물과 잡초를 적당히 어울리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쑥을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쑥 같은 국화과 식물은 일반적으로 벌레를 쫓는 데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털별꽃아재비도 그렇지만 국화과 식물이 작물 주변에 있으면 벌레가 그 풀을 먹었을 때 식물이 독을 방출하므로 벌레 수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급격히 감소해 작물 피해가 줄어든다고 합니다.
게다가 쑥은 땅속줄기가 달린 식물이므로 지나치게 키우면 작물 성장을 방해하게 되기 때문에 쑥을 적당히 키우거나 쑥 대신 쑥갓을 이용하면 좋습니다.
별꽃이나 살갈퀴, 쇠뜨기 같은 풀은 토양을 약산성으로 만듭니다.
토양의 산도가 지나치게 높을 때 이러한 풀을 심으면 흙 상태가 좋아져 농사에 도움이 됩니다.
잡초라고 해서 무조건 적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특히 살갈퀴 같은 콩과 식물은 당을 방출해 개미를 유인하는 습성이 있고, 그렇게 유인한 개미는 진딧물을 대신 떠맡아 작물 피해를 줄여 줍니다.
또한 질소를 토양에 고정해 주는 뿌리혹박테리아와 공생 관계에 있으므로 굳이 제거할 필요가 없습니다.
게다가 키도 작아 광합성을 방해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자외선으로부터 흙을 보호해 줍니다.
그런 의미에서 광대나물 같은 것도 다른 잡초의 생육을 억제해 주므로 적당히 남겨두면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잡초가 표면을 덮는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자외선으로부터 흙을 보호하고, 흙이 건조해지는 것을 막으며, 벌레들이 숨을 수 있는 곳을 만들어주고, 서리처럼 차가운 공기나 수분으로부터 흙을 보호하기 위함입니다.
게다가 잡초가 시들어 흙으로 돌아가면 토양을 약알칼리성에 가까운 상태로 만들어 주기도 합니다.
특히 땅을 뒤덮는 쇠비름 같은 풀을 밭에 남겨두면 토양을 보호하는데 탁월한 효과가 있습니다.
풀 베는 방법
풀 베는 방법을 정확히 이해하면 순식간에 자라나는 풀을 좀 더 쉽게 관리할 수 있습니다.
볏과 식물은 일반적으로 생장점이 지표 부근에 있습니다.
그래서 손으로 뽑지 않고 예초기로 베면 땅 위 약 5cm 지점에서 에틸렌이라는 식물 호르몬이 생성되어 다시 재생하게 됩니다.
오히려 풀을 베기 전보다 더 무성해질 수도 있으므로 볏과 식물을 벨 때에는 흙을 베듯이 칼날을 깊숙이 넣어야 합니다.
아니면 에틸렌이 나오지 않도록 작물의 키보다 더 낮은 위치를 베어야 합니다.
좀 더 확실한 방법은 풀이 아직 다 자라지 않았을 때 미리 뽑아버리는 것입니다.
볏과 식물은 베어서 그대로 이랑 위에 덮어 멀칭으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키가 큰 풀은 순식간에 높이 자라 버리므로 제거해야 할 때는 낫으로 베기보다 아직 다 자라지 않았을 때 뿌리째 뽑아버리는 것이 쉽고 편합니다.
뿌리도 대부분 곧은 뿌리여서 한 번에 쑥 뽑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단, 양미역취처럼 땅속줄기인 경우에는 다른 방법이 필요합니다.
덩굴 식물은 생장점이 덩굴 끝에 있으므로 덩굴 끝을 자르듯이 베면 힘이 약해집니다.
자랄 때 어머어마하게 뻗어나가는 칡도 끝을 잘라버리면 더 자랄 수 없습니다.
단, 칡은 자라면서 점차 줄기가 갈라지므로 그럴 때는 다시 갈라진 끝도 잘라줘야 합니다.
키가 작은 풀은 지표면을 보호하기 위해 돋아나므로 작물보다 높이 자라지 않게만 관리하면 됩니다.
작물보다 낮게 자라는 풀은 오히려 흙을 보호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므로 남겨두면 좋은 경우가 많습니다.
땅속줄기가 있는 풀은 베어내도 땅속에 줄기가 남아 있어 쉽게 되살아납니다.
뿌리까지 완전히 뽑지 않는 이상 없어지지 않으므로 모두 일일이 뽑아낼 자신이 없다면 공생하겠다고 생각하는 편이 낫습니다.
쇠뜨기나 쑥은 토양을 좋게 하고, 양미역취는 밭을 갈아줍니다.
어떻게 해서든 없애고 싶을 때는 풀을 덮어 광합성을 방해합니다.
광합성을 하지 못하면 뿌리도 결국 약해져 점차 사라지게 됩니다.
땅을 덮는 풀은 땅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므로 가급적 남겨둡니다.
쇠비름이나 광대나물, 별꽃 등은 자외선으로부터 흙을 보호하고 보수성을 높이는 역할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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