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잡초라는 이름을 가진 풀은 없다고 하지만, 잡다한 풀이라는 명칭에는 다양성이 내포되어 있습니다.
잡초가 자라는 밭은 다양성을 유지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잡초는 아무 의미 없이 자라는 풀이 아니라 저마다의 역할을 지닌 채 성장을 합니다.
그 역할이 무엇인지 추측해 가며 농사에 잡초를 적절히 활용한다면 똑똑하고 효율적인 재배를 할 수 있습니다.
잡초가 있기 때문에 땅이 비옥해져 작물 성장을 돕는 것입니다.
잡초가 영양분을 뺏는다는 생각은 토양에 비료를 주는 행위에서 생겨난 발상입니다.
애써 준 영양분을 빼앗기고 싶지 않다고 여기는 것입니다.
그러나 무비료 재배에서는 그 생각이 완전히 역전이 됩니다.
바랭이나 강아지풀 같은 볏과 식물의 역할은 이렇게 해석해 볼 수 있습니다.
흙이 메마르면 자연은 흙 속에 있는 미네랄의 양을 늘리기 위해 움직이는데, 미네랄을 늘리려면 식물이 자라나야 합니다.
식물이 광합성을 해서 흙에 탄수화물을 공급하고, 유기물의 형태로 다시 흙으로 돌아가거나, 잡초에 몰려든 벌레가 유기물로 분해된 후 미네랄이 되어야 합니다.
이론을 그렇지만 현실적으로 메마른 흙에서 식물이 성장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이때 처음으로 자라는 것이 볏과 잡초입니다.
볏과는 잎을 펼치지 않고도 효율적으로 광합성을 하는 능력이 있으며, 종류에 따라서는 질소를 고정하는 식물내생생물과 공생하기도 하므로 공기 중에 있는 질소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힘을 이용해 메마른 땅에 처음으로 볏과 식물이 자라면서 흙에 당이나 풀보산(fulvic acid) 등을 보내 미생물을 늘리며 흙을 조금이라도 비옥하게 만들려고 합니다.
흙이 비옥해지면 식물에 미네랄을 공급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다른 풀도 자라면서 흙이 다양성을 회복하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척박한 길가에 강아지풀이나 바랭이가 자라는 것입니다.
인간이 땅을 파괴하고 아스팔트로 덮어버려도 식물이 이에 저항합니다.
명아주, 흰명아주 같은 명아줏과 식물 중에는 키가 높이 자라는 것이 있습니다.
키가 큰 풀은 뿌리도 깊어지기 때문에 흙을 가는 힘이 있습니다.
명아줏과 식물은 토양에 많이 남아있는 농약 성분을 흡착하는 힘도 있어 황폐해진 땅을 정화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들은 베지 않고 마음껏 자라게 두었다가 뿌리째 뽑아버리면 흙이 단숨에 부드러워지고 화학 물질도 빠져나가면서 밭이 더욱 비옥해집니다.
토끼풀, 붉은토끼풀, 자운영, 살갈퀴 같은 콩과식물은 질소를 고정하는 미생물인 뿌리혹박테리아와 공생관계입니다. 이 균은 공기 중의 질소를 식물에게 전달합니다.
메마른 땅에 콩과 식물이 자라면 영양이 풍부해집니다.
무비료 재배가 아닌 일반 재배를 하는 사람들도 일부러 콩과 식물의 씨앗을 뿌려 토양에 질소를 공급하는 방법을 쓰기도 합니다.
곤충은 소리쟁이, 산여뀌 같은 마디풀과 식물을 싫어하는 편입니다.
그러므로 마디풀과 식물을 심으면 벌레 수를 통제할 수 있지만, 마디풀과는 약산성 토양에 자라는 경우가 많습니다. 즉, 마디풀과 식물에는 토양의 산도를 조절하는 능력이 있다고 추측해 볼 수 있습니다.
밭에 소리쟁이가 자라면 작물이 자라기 쉬워졌다는 뜻입니다.
소리쟁이는 뿌리가 매우 깊고 번식력 또한 강해 무리하게 뽑아내기는 어렵습니다.
이러한 풀들은 작물을 키우면 점차 사라지게 됩니다.
별꽃, 벼룩이자리, 점나도나물 같은 석죽과 식물은 땅을 덮듯이 자라는 잡초입니다.
이 풀들은 흙을 보호하는 데 매우 중요합니다.
지표면을 드대로 드러내지 않는 이유는 자외선으로부터 흙을 보호하고, 보수력을 높이며, 벌레가 지낼 곳을 확보하고, 추위를 막기 위함입니다.
산성비 때문에 일어나는 토양의 산성화를 막는 효과도 있습니다.
꽃을 오래 피우는 풀이나 겨울철 동안 꽃을 피우는 풀도 있는데, 이러한 풀들은 꿀벌이 모으는 꿀의 원천이 되기도 합니다.
식물 중에는 곤충이 꽃가루를 옮겨 수분이 이루어지는 충매화(蟲媒花)도 있으므로 밭에 벌레가 사라지면 식물은 자손을 남길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꽃을 피우는 잡초를 소중히 여겨야 합니다.
개비름이나 쇠비름 같은 비름과 식물도 기본적으로 땅을 덮듯이 자랍니다.
흙을 보호하는 의미도 있고, 당을 지닌 식물도 많아 동물의 먹이가 됩니다.
동물과 식물은 공생관계에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냉이나 황새냉이 같은 십자화과 식물은 메마른 땅에 자라나 볏과 식물과 비슷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벌레의 과도한 증식을 막기 위해 이소티오시안산 알릴(ally isothiocyanate)이라는 독성 물질을 방출하는 것도 있습니다.
이처럼 십자화과 식물은 메마른 땅을 비옥하게 하는 기능이 있다고 추측해 볼 수 있습니다.
어저귀, 무궁화, 부용, 오크라 같은 아욱과 식물은 큰 꽃을 피웁니다.
큰 꽃에는 당연히 꿀벌이 모여드니 아욱과 식물을 밭 주변에 남겨두면 효과적입니다.
이러한 식물을 꿀의 원천으로 남겨두면 충매화인 박과 식물의 수분이 원활해질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쑥, 개쑥갓, 털별꽃아재비 같은 국화과 식물이나 광대나물 같은 꿀풀과 식물은 살충 성분이나 향을 이용해 벌레 증식을 통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국화과 중에는 강한 독성을 지닌 것도 있는데, 그 힘이 벌레 증식에 따른 식물의 성장 저해를 막는 것입니다.
또한, 겨울 동안에도 계속 자라면서 지표면을 보호해 주는 풀도 있습니다.
키가 많이 크지 않은 풀은 이랑에 어느 정도 남겨두는 것도 효과적입니다.
쇠뜨기처럼 양치류 가운데 땅속줄기가 있는 식물은 기피 대상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식물은 지표면에 뿌리를 많이 뻗어 작물 성장을 방해할 때가 많습니다.
완전히 방치할 수 없으므로 작물을 심는 곳에 이러한 식물이 있다면 어느 정도 베어내고 뿌리를 제거합니다.
단, 땅속에 줄기가 있으므로 사람의 힘으로는 완전히 없애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무리하게 제거하려고 노력하기보다는 이러한 풀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알고 잘 활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쇠뜨기는 산성인 토양을 알칼리성으로 만드는 능력이 있습니다.
쇠뜨기의 잎에는 칼슘이 풍부한데, 잎이 시들어 흙으로 돌아가면 토양을 약알칼리성으로 만듭니다.
즉, 쇠뜨기가 많다는 것은 토양이 산성에 가깝다는 신호이므로 초목회 같은 알칼리성 비료를 흙에 섞어주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쇠뜨기는 토양이 알칼리성에 가까워지면 서서히 사라집니다.
밭에서 풀을 뽑아 버리면 쇠뜨기가 영영 사라지지 않습니다.
쇠뜨기는 땅속줄기를 이용해 밭을 가는 능력도 있으므로 무조건 없애야 할 적으로 여길 필요가 없습니다.
작물을 재배할 때는 기본적으로 잡초를 통제할 수 있어야 합니다. 작물 혼자서는 주변 환경에 취약하므로 다른 풀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밭에 도움을 주는 대표적인 식물로 토끼풀, 살갈퀴, 냉이, 쇠뜨기, 별꽃 등이 있다는 것을 기억해 두면 손해 볼 일은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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