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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토종 관련 참고 자료

좋은 토종씨앗 채종하는 방법(1)-기본적인 사항

by 토종농부 2024. 10. 20.

우리 속담에 '농부는 죽어도 종자는 베고 죽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아무리 먹을 게 없어도 다음 농사에 쓸 종자는 남겨둔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야말로 옛일이 되지 않았는지 모르겠습니다.

자기자신만을 위한 삶이 아니라 자신이 잘못되어도 남은 씨앗으로 다른 사람들은 삶을 이어가길 바라는 옛 선조들의 지혜가 담긴 말입니다.

 

옛날에 모든 농부들이 육종가나 다름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상업농과 기계농이 일반화 되면서 종자를 받는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하다못해 모종조차 모두 구매해서 심는 상황으로 이러한 상황이 계속된다면 이제 종자를 받을 수 있는 농부가 사라지고 말 것입니다.

 

자가채종이란 말 그대로 '내가 스스로 씨앗을 받는다'는 의미입니다. 이러한 자가채종을 잘하기 위해 알아야 할 기본적인 사항을 알아보겠습니다.

 

채종을 위한 재배와 일반재배의 다른 점

작물의 일반재배는 식물의 뿌리, 줄기, 잎, 꽃과 열매 등을 수확하여 직접 먹거나, 보거나 그 외에 다른 원료로 쓰는데 목적이 있지만 채종을 위한 재배는 작물의 종자를 생산하는 데 그 목적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일반재배를 할 때에는 다소 혼종이 있더라도 수확량이 많고 품질이 좋으면 되지만,

채종 재배는 순수하고 발아가 잘되며 충실하고 좋은 종자가 많이 생산되어야 합니다.

 

소규모 자가채종의 경우에는 대부분 일반 재배를 하는 밭에서 채종을 동시에 겸하게 되므로 채종재배와 일반재배를 별도로 고려할 필요는 없습니다.

 

토질

채종재배에서 좋은 종자를 생산하고자 할 때에는 거름을 주고 가꾸는 비배(肥培)관리를 일반 재배와는 조금 다르게 해야 합니다.

채종하고자 하는 작물에 적당한 토양이면 좋겠지만 일반적으로 종자 생산을 목적으로 한다면 작물의 뿌리, 줄기나 잎을 무성하게 만드는 비옥한 토질 보다는 비교적 척박한 토양에 인산, 가리질 비료를 충분히 주는 것이 좋은 종자를 생산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그러나 자가채종의 경우에는 토질을 가려서 재배할 수 없으니 같은 밭이라도 채종할 장소에는 질소질 비료를 많이 사용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환경조건

채종재배에서 환경조건이란 강수, 기온, 서리가 없는 무상(無霜)기간, 바람 등의 기후 및 주변 상태를 말하는데, 작물이 그 지방의 기후 풍토에 잘 적응하지 못하거나, 밭 인근에 같은 작물이 많이 재배 된다면 순수하고 좋은 종자를 채종하기 어렵습니다. 씨앗을 채종하여 다음 해에도 계속 재배하고 싶다면 세심한 주의와 격리 재배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예컨데, 저온성 작물인 감자인 경우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은 씨감자를 생산하려면 진딧물이 적고 기온이 서늘한 고랭지에서 생산된 것이어야 좋습니다. 그래야 평야지대나 저지대의 일반재배에서도 생산성이 높습니다. 토종감자는 오랫동안 평야지대나 저지대에서 재배되어 왔기 때문에 육성품종과 달리 저지대에서도 씨감자를 생산할 수 있는 유리한 점이 있지만 토종감자라고 하더라도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은 무병주(無病株)를 고랭지에서 심어 생산된 것을 씨감자로 심으면 수확량은 훨씬 높아질 수 있습니다.

 

상추나 양파 또는 홍화와 같이 여름에 결실되는 작물들은 빗물이 꽃송이 속으로 들어가는 일이 많은데 이렇게되면 썩거나 결실이 나쁘기 때문에 채종이 어렵습니다. 가능하면 비닐을 쳐서 빗물이 들어가는 것을 막아주는 등 인위적으로 환경을 조절하면 효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만약에 채종포 부근에 꿀벌을 치는 곳이 있다면 충매에 의한 잡종 방지 노력이 필요합니다. 자가채종포로서의 환경조건은 채종을 원하는 작물이 잘 자라 개화 결실 할 수 있는 조건이면 됩니다. 이를테면 자가수분 작물의 경우 타가수정을 방지할 수 있도록 인공적인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채종을 위한 환경조건

1. 채종을 위한 작물이 그 지방의 기후풍토에 잘 적응할 것

2. 재배하고자 하는 밭 인근에 같은 작물을 재배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을 것

3. 환경을 인위적으로 조절할 수 있을 것

4. 자가채종포 인근에 꿀벌을 치는 사람이 있을 경우엔 타가수분 방지 고려

 

채종포 관리

채종재배에서는 좋은 종자를 생산하는 것이 목표이므로 가장 안정된 작형을 선택합니다.

 

1. 파종과 정식

파종과 정식 방법은 보통 재배와 대체로 비슷합니다. 그러나 채종재배는 안정되게 좋은 종자를 채종하는 것이 목표이므로 작물의 종류, 채종양식, 지역 여건에 따라 파종시기를 결정하며 직파 또는 육묘 이식합니다.

 

2. 정지 및 착과

식물의 생산력은 일정하기 때문에 한 그루에 너무 많은 과실을 달게 되면 개별 종자들은 충분한 양분을 공급받지 못해 활력이 떨어지고 수명이 짦아집니다.

 

3. 일시균등 성숙

가능한 한 일시에 익어 수확기간을 단축시키는 것이 좋습니다.

 

4. 종자의 충실도

식물체가 과실을 달 수 있는 능력에 맞게 과실을 달아 종자가 충분한 양분을 공급받으며 발달할 수 있도록 해 줍니다.

 

5. 비배관리

재배기간 중 비료가 부족하지 않도록 관리를 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과일채소류는 대체로 일반재배와 비슷하게 하면 되지만 잎채소와 뿌리채소류는 채종재배 기간이 일반재배 기간보다 길어 시비량이 더 많아야 합니다.

 

- 질소가 가장 많이 필요하지만 과용은 피하고 토양에서 유실되기 쉬우므로 웃거름을 몇 차례 더 줍니다.

- 인산, 가리질 비료는 재배 기간 중 부족하지 않도록 관리해 주어야 합니다. 밑거름을 중심으로 초기생육을 촉진하고 웃거름으로 비료효과를 유지 시킵니다.

- 십자화과 채소는 특히 붕소를 많이 필요로 합니다.

 

6. 병, 해충, 잡초 방제

일반재배와 같이 방제를 하는데 개화 수분기에 살충제를 사용하면 매개 곤충을 죽일 염려가 있고, 제초제는 종자의 품질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종자, 토양, 전염성 병해충의 방제를 위해 파종전에 종자를 살균, 살충제에 담구거나 가루약을 묻히기도 하고 또는 코팅법으로 소독 처리를 해 줍니다. 

 

7. 모본 선발

씨앗을 생산할 식물을 모본이라고 하는데, 과채류는 과실이 열려야 그 품질을 알 수 있으나 무, 배추, 당근 등 엽근채류는 영양생장기에 품질과 성능을 평가할 수 있습니다.

 

모본 선발을 위한 기준은 먼저 품종 고유의 특성을 구비해야 합니다. 형태가 다른 것이 나오면 즉시 도태시켜야 합니다. 그 다음 기준은 바이러스 등 병에 걸리지 않은 건강한 나무에서 채종을 해야 합니다.